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로 사망한 이는 귀가하던 67세 송모씨
결혼을 앞둔 작은 딸, 예비 사위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던 길

소방당국 밤샘 복구작업…백석역 주변 교통마비
백석·마두·행신동 등 3천여가구 난방·온수 끊겨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의 배관이 파열돼 뜨거운 물이 도로 위로 분출된 4일 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소방대원들이 파괴된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4일 오후 8시께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지역 난방공사의 온수배관이 터져
1명이 숨지고 30여명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 사고로 백석역 인근은 한동안 혼잡이 빚어졌다.
뜨거운 물과 수증기가 도로로 솟구쳐 나와 이 일대 교통통행이 통제됐으며,
수증기가 자욱하게 퍼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뜨거운 물은 백석역 인근 일부 건물 상가로 흘러들어가 건물 안에 있던 시민 수십명이 한때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인근 반경 약 200m 도로가 터져나온 온수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 초기 배관에서 80도가 넘는 고온의 물이 터져 나오며 인근에 있던 상가로 유입돼 시민들이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고로 백석동 일대와 마두, 행신동 등 아파트 6개 단지, 3160가구에 난방과 온수가 끊겨 시민들이 밤새 추위에 떨어야 했다.
고양지역은 이날 오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숨진 이는 67세 송모씨.

사고 당시 결혼을 앞둔 둘째 딸·예비 사위와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송씨는 20년 전 부인과 헤어진 뒤 혼자 생활해 왔으며 매주 1~2번씩은 딸들과 저녁 식사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당시에도 내년 4월에 결혼을 앞둔 작은 딸, 예비 사위와 함께 백석역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뒤 오후 8시30분쯤 헤어졌다.

부녀가 헤어진 10여분 뒤 백석역 인근 도로에 매설된 지역난방공사 온수관이 파열됐고,
긴급 복구반은 고립된 카니발 차량 뒷좌석에서 숨져있는 송씨를 발견했다.

차량은 무너져 내린 도로에 빠져 있었으며, 차량 앞부분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물이 차 안으로 쏟아지며 화상을 입은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사망 원인은 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던 둘째 딸은 오후 11시 50분께 경찰서로부터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으며,
노컷뉴스에 ”조금 전까지 웃으며 밥을 먹었던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내년 4월에 결혼하는데 아빠는 손자·손녀보다 너희 둘만 잘살면 된다고 자주 말씀해 주셨다”는 말을 전했다.

한편, 온수관 파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27년 된 낡은 배관이 지목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mm의 열 수송관은 1991년 설치돼,
30년 가까이 된 낡은 배관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장을 확인한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수송관의 용접 부분이 오래돼 녹이 슬어 있었는데,
압력을 견디지 못해 파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일산새도시 건설 당시에 매립한 노후화된 배관이 파열한 것”이라며
“밤샘 복구작업을 진행하겠지만 난방 공급이 언제 재개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