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베트남의 승전보에 박항서 감독의 고향 산청군이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11일 오후 박 감독의 고향 생초면을 비롯해 산청군 일대에는 ‘박항서 감독 동남아시안게임 우승 축하’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지난 10일 저녁 박 감독이 쾌거를 거뒀다는 낭보가 전해지자 산청군체육회와 생초면체육회, 생초면, 생초면 이장단, 반남 박씨 종친회를 비롯해 그의 고향 친구들과 친척, 후배들이 앞다퉈 현수막을 설치했다. 현수막에는 ‘생초 출신 박항서 감독 파이팅’ 등의 문구를 담았다. 산청에서는 지난달 박 감독이 아세안축구연맹(AFF)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감독’으로 뽑혔을 때도 여러 현수막을 게시한 바 있다.

지역민들은 식당이나 시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빼놓지 않고 박항서 감독의 활약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한 주민은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들도 마치 아들 이야기를 하듯 박 감독 자랑을 하신다”며 “박 감독이 소문난 효자라 특히 어르신들께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베트남 선수들이 우리 산청 주민 같이 느껴진다. 최선을 다해 준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푹 쉬고 잘 회복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특히 산청군은 ‘박항서 매직’에 힘입어 산청과 베트남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박 감독과 베트남 U-22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들려준 승전보는 우리 산청 주민들에게도 큰 기쁨이자 영광”이라며 “말그대로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박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산청군은 현재 베트남 맞춤형 관광상품 개발과 현지 여행, 항공사 관계자 초청 팸투어 등 지속적인 친 베트남 관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또 생초면에 ‘베트남 친화마을’을 조성할 계획도 수립 중이다. 베트남 친화마을이 조성되면 베트남 관광객 유치는 물론 다문화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 친화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의 고향인 우리 산청군과 베트남은 이제 친구 관계를 넘어 형제의 인연을 맺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개발, 꾸준히 추진해 나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금메달을 획득한 후 “베트남 축구 팬들이 행복할 수 있게 돼 기뻤다”며 “60년 만에 (베트남의 우승) 한을 풀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순간 매우 기쁘고 이 기쁨을 즐거워하는 모든 분과 나누고 싶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 감독의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은 11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3시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베트남항공 특별기를 타고 이륙, 오후 6시 5분께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박 감독과 선수단은 귀국 직후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 문화체육관광부 및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60년만에 우승 한풀이한 베트남 전역은 축제장으로 변했다. 베트남 축구 팬들은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60년 만에 찾아온 환희를 만끽했다. 팬들은 북과 꽹과리를 치고 불꽃을 터트리며 승리를 자축했고, “베트남, 보딕(우승)”을 끝도 없이 연호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많았다. 베트남 국기를 들고 오토바이나 승용차를 탄 채 시내를 질주하며 경적을 울리는 거대한 ‘승리의 질주’가 대도시 주요 도로에서 이뤄졌다.

박항서호에 포상금도 쏟아지고 있다. 응우옌 응옥 티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포상금 10억동(약 5000만원)을 지급했다. 베트남 축구협회(VFF)도 30억동(약 1억5000만원)을 내놨다. 이 밖에도 민간기업들이 20억동(약 1억원) 이상을 후원해 지난 10일 오후 11시 현재 70억동(약 3억6000만원) 이상의 포상금이 모였다. VFF 고위 관계자는 “포상금 규모는 앞으로 몇 배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항서호의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은 1959년 시작한 SEA 게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첫 대회 때 월남(South Vietnam)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지만,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남쪽 대표팀이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다르다. 베트남 현지 언론은 월남의 우승을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